기묘한 이야기 시즌4는 이전 시즌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시즌1의 추억과 시즌3의 밝은 톤을 기억하는 분들에게는, 이번 시즌이 꽤 낯설게 느껴졌을 수도 있어요. 저도 처음엔 '왜 이렇게 무겁지?' 싶었는데, 끝까지 보고 나니 왜 이 분위기를 택했는지 충분히 납득됐습니다. 세계관은 확장됐고, 캐릭터들은 더 깊어졌고, 이야기의 결은 훨씬 진해졌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시즌4를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포인트들을 제 나름대로 정리해 보려고 해요.
이제는 작은 마을 이야기가 아니다
기묘한 이야기 하면 늘 ‘호킨스’라는 소도시가 떠올랐는데, 시즌4에서는 더 이상 그 마을 안에 머물지 않죠. 미국 전역은 물론이고, 러시아 감옥까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정말 커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배경만 바뀐 게 아니라, 그 확장이 이야기와 인물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게 핵심이었어요.
특히 베크나라는 새로운 존재가 등장하면서 시즌 전체 분위기가 확 바뀌었죠. 그는 지금껏 나왔던 괴물들과는 다르게, 인간적인 면이 있어 더 무서웠습니다. 물리적인 공포보다도 심리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캐릭터라서, 몇몇 장면에서는 정말 숨이 턱 막힐 정도였어요.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상처받은 인물들의 내면을 파고드는 방식이어서 공포의 밀도가 훨씬 짙었습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호퍼의 러시아 감옥 탈출기였습니다. 초능력이나 괴물 이야기와는 좀 결이 다르지만, 오히려 그 이질감이 시즌 전체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느낌이었어요. 호퍼가 다시 일어나는 과정은 작고 소중한 감정들이 쌓여서 만든 장면들이라 더 좋았고요.
베크나, 지금까지 중 가장 강렬한 빌런
솔직히 시즌1~3의 괴물들은 무섭긴 해도 한계가 있었어요. 그냥 ‘기괴한 존재’에 가까웠달까요. 그런데 시즌4에서 등장한 베크나는 그야말로 모든 설정을 갈아엎을 만큼 강력하고 섬뜩한 존재였죠. 단순히 사람을 해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을 건드리고, 숨겨둔 상처를 끄집어내서 파괴하는 방식이 진짜 소름이었어요.
맥스가 베크나의 표적이 되었을 때 느껴지는 그 공포감… 저는 개인적으로 ‘Running Up That Hill’이 배경음악으로 흐르던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냥 음악이 좋았던 게 아니라, 그녀가 느끼는 감정과 맞물려서 한 편의 뮤직비디오처럼 폭발하는 느낌이었달까요. 많은 사람들이 그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는 데는 이유가 있겠죠.
게다가 이 베크나가 시즌1부터 복선으로 깔려 있던 인물과 이어진다는 설정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처음엔 그저 괴물의 새로운 버전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모든 사건의 실마리를 쥔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기분이었어요. 시즌4를 보고 나면 시즌1부터 다시 돌이켜보게 되는 이유입니다.
감정선, 너무 깊어져서 울컥했던 순간들
기묘한 이야기 시즌4가 특별했던 이유 중 하나는, 캐릭터들이 단순히 ‘이야기를 끌어가는 존재’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훨씬 깊어진 인물들로 다가왔다는 점이에요. 맥스의 감정선은 정말 대단했죠. 단순히 희생양이 아니라, 죄책감과 외로움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려는 모습이 너무 인간적으로 다가왔어요. 그 감정이 폭발하는 씬은 눈물 날 뻔했습니다.
일레븐도 이번 시즌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합니다. 능력을 잃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그녀는, 사실 우리 대부분과 비슷한 약한 존재로 느껴졌어요. 하지만 다시 일어서기 위해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고, 결국 힘을 되찾아가는 과정은 꽤나 뭉클했습니다. 그녀가 단순한 초능력 소녀가 아니라, 성장하는 한 사람이라는 점이 더 강조됐달까요.
그리고 조연 캐릭터들도 더 이상 배경이 아니었습니다. 더스틴, 루카스, 낸시, 로빈, 스티브… 모두가 자신의 갈등과 이야기를 안고 있었고, 그 안에서 작은 감정들이 계속 쌓이고 충돌하면서 이야기의 밀도를 높여줬어요. 특히 스티브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가장 많이 성장한 인물 같아서, 그 자체로 흐뭇하더라고요.
기묘한 이야기 시즌4는 단순히 스케일이 커졌다는 걸 넘어서, ‘깊어졌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시즌이었습니다. 무섭기도 했고, 울컥하기도 했고, 다음 시즌이 너무 궁금해지기도 했어요. 시즌5가 끝이라니 벌써부터 아쉽지만, 그전에 시즌4를 다시 한번 천천히 복습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디테일이 너무 많아서 두 번 보면 또 다른 게 보이거든요.